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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인 아홉번의 시간 여행 ; 인간은 자기 운명을 되돌릴 자격이 있는가

    Tvn 드라마 나인 (이진욱 조윤희 주연) ; 아홉 번의 시간 여행도 이제 막바지로 치닫고 있네요.

    분명 수많은 폐인들이 생긴 것처럼 이 드라마는 요즘의 케이블 tv 드라마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어떤 공중파 드라마보다도 긴장감이 있고 타이트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어서 지금껏 18회에 이르기까지 단 한번도 실망을 안겨주지 않았네요.

     

     

    갑자기 예전 정신과학 강의 시간에 들었던 말이 기억납니다. “인간은 자신의 자유 의지로 결정한 일은 반드시 후회하게 되어 있다라고 들었었는데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도 자유의지이며,  그 자유 의지에 의해 결정된 지나간 일을 곱씹으며 후회하는 모습 역시 인간을 인간이라고 느껴지도록 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후회한들, 인간에게는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은 주어졌지만, 그것을 다시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만약에, 정말로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자신이 선택해서 지나온 일을 바꿔놓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요. 저는,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모두가 박선우처럼 향을 태우고 시간여행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인: 아홉번의 시간 여행에서 사건 진행의 키는 마치 박선우가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여지지만 이야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모든 드라마의 진짜 키는 형인 박정우가 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족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원인을 제공한 것도 박정우였고, 향을 히말라야에서 찾아온 것도 박정우였으며, 자수하고 최진철이 무너질 단초를 만든 것도 박정우였습니다. 이로 인해 박정우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고, 또 죽었다가 두 번째로 또다시 살아났죠.

     

    박선우가 향을 이용해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했지만, 두 형제의 선택으로 인해 온 결과는 어처구니 없는 것들 뿐이었습니다. “신의 영역을 인간이 침범했을 때,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건지 알고나 있냐?….”라며 한영훈이 박선우의 행동을 비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진실을 알고 미래를 알고 운명을 선택하였을 경우, 오히려 인간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는 무서운 일들이 일어났고 결국 박선우는 다시 또 옛날을 되돌려야 하는 처지에 빠집니다 

     

     

    주민영과 최진철, 김유진 등 주변인물은 이 두 형제의 시간 되돌리기 모험에서 철저히 농락당했다고 봐야 합니다. 나의 운명을 되돌리려 했을 때, 상대방의 운명 또한 이리저리 뒤집히고 마니까요.

     

    모르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얘기이지만 성서, 창세기 3장을 한번 잠깐 볼까요.

    뱀이 여자에게 이르되…..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줄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 여자가 그 나무를 본즉 먹음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만큼 탐스럽기도 한 나무인지라 …..먹은지라. 이에 그들의 눈이 밝아 자기들의 몸이 벗은 줄을 알고 무화과 나무 잎을 엮어 치마를 하였더라.

    ….여호화 하나님이 가라사대 보라 이 사람이 선악을 아는 일에 우리 중 하나같이 되었으니 그가 그 손을 들어 생명나무 실과도 따먹고 영생할까 하노라 하시고여호화 하나님이 에덴동산에서 그 사람을 내어 보내어 그의 근본된 토지를 갈게 하시니라.” (한국 성서공회, 개역 성경)

     

     

    아담과 하와가 뱀의 꼬임에 넘어가 먹은 것은 선악과였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이 선악과를 먹고 지혜를 얻게 되자 에덴동산에서 쫓아내는 징벌을 내렸는데, 쫓아낸 이유는 인간이 생명과까지 먹고 신과 동격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고대 히브리인들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창세기 1~3장을 빗대어 볼 때, 박선우와 박정우가 한 일은 인간에게 금지된 선악과를 따먹은 행위에 속할 것입니다. 미래를 뻔히 알고 있는 지혜를 소유한 상태에서, 과거의 선택을 바꿔버렸을 때 이들이 얼마나 혹독하고 복잡한 시련에 빠져들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은, 과거를 바꿀 수 없습니다.

    지나온 길은 어떻게 하건간에 수정할 수가 없습니다.

    자신이 선택했던 일과 그 결과는 다시는 돌이킬 수가 없습니다.

    선악과를 따먹고 에덴 동산에서 쫓겨난 인간은, 이후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얼마나 과거를 바꾸고 싶어하는지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어떻게든 지나온 길을 고쳐놓고 싶어하는지요.

    자신이 선택했던 일과 그 결과를, 얼마나 다시 돌이키고 싶어하는지요.

    수고하고 얼굴에 땀을 흘리며 힘든 노동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에서, 인간은 얼마나 절실하게 에덴 동산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지요.

     

    기존의 타임 머신 소재 SF 영화들과는 소재가 좀 구분되게 엉뚱하게도 나인에서는 향이 등장하는데요.

    향이란 존재는, 종교적 제의에서 사용되며 불을 피우면 타서 없어지는 물건입니다. 여기에서 시간의 제한이 생기죠. 신의 영역을 침범하여, 미래를 보고 알고 있는 자가 과거의 일에 간섭할 수 있는 시간. 30분이 주어지는 겁니다.

    따라서 나인의 타임 머신은 기존의 소재에서 등장한 것 같은 과학적인 타임 머신이 아니라, 태생이 종교적입니다. 그 향이 만약 신의 쪽이라면, 뇌종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박선우와, 외롭게 살다 죽은 박정우에게 인간은 자기 운명을 거부할 수 없다. 죽음조차도 자신의 일부로 생각하고 받아들여라라는 메시지를 가르치는 쪽일 것입니다.

    향이 만약 악마의 쪽이라면, 과거를 모두 자기에게 유리하게끔 바꾸고 뜯어고쳐서, 인간이 꿈에 그리던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너희들이 신과 같이 될 것이다라는 것을 유혹하는 쪽이 될 것입니다.  

     

    인간은 자기 운명을 선택할 자유는 타고났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되돌릴 자격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나인: 아홉번의 시간 여행에서, 박선우의 시간 여행의 결과로 사랑하는 사람이 삼촌이라는 것에 대해 괴로와하는 주민영과, 마약을 주사하여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박정우를 보면서 결국 드는 생각입니다.

     

     

    인간은 선악과를 따먹을 자유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따먹은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는 전연 예측하지 못합니다. 어처구니 없는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오히려 스스로와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게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무리 기적과 같은 향을 소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인간은 역시 막강한 운명의 힘 앞에서 무릎끓게 되고 맙니다.

    이별, 죽음, 고통, 슬픔, 상실….. 도망가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인간은 나약하고 가냘프기만 합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박선우의 집념과 도전은, 그것조차도 나약하고 가냘픈 것이었을까요?

    한 인간의 능력은 물론 미미한 것이라 할 수 있지만, 목숨조차 내놓고 신의 영역을 주저 없이 들어가 가족을 살리기 위해 분투했던 박선우의 모습만큼은 절대로 나약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이 향이 나를 조롱하고 농락한다 하더라도, 나는 내 가족과 사랑하는 이를 살리기 위해 만신창이가 되더라도 도전을 계속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결국 아홉 번의 시간 여행이었던 셈입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에덴 동산에서 쫓겨난 인간에게 여전히 한 가닥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는 신의 모습이 아닐른지요.

     

    Tvn 나인 ; 아홉 번의 시간 여행도 이제 두 회 분량만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그 어떤 공중파 드라마보다도 더 짜임새 있는 구성력을 갖고 진행된 이 드라마가 어떤 결말을 맺을지, 정말 손에 땀을 쥐고 보게 될 것같네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본 블로그에 삽입된 이미지들은 모두 tvn 에서 저작권을 갖고 있으며 드라마의 내용에 대해 본인의 감상을 술회하기 위한 것으로  상업적 목적이 전연 없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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