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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다해 영부인을 위한 변론

     

     

    야왕 주다해역을 맡은 수애.

     

    모두가 주다해를 욕하기만 하니, 그를 위한 변론도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오늘 주다해를 위한 변론을 해보겠습니다.

     

    주다해에 대해 만약 형법적인 기소가 이루어진다면 그 죄명은

    살인죄, 사체 유기죄, 사기죄, 절도죄, 공갈 협박죄, 선거법 위반, 직권 남용 등이 있겠고 그에 증거가 갖춰지느냐가 중요한 재판 과정이 되겠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주다해를 욕하는 것은 그보다는 윤리적, 도덕적인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변론도 윤리적인 면에서의, 다시 말해 주다해의 행동에 대한 이해를 호소하는 글로 작성해볼까 합니다.

     

     

     

     

    만약 원고 및 검찰측에서 진술한다면 주다해의 죄상은 대략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

     

     

    피고 주다해는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온갖 불법적인 수단 및 범죄를 자행하였으며 그 죄목은 위에 열거한 바와 같이 수없이 많다.

     

    인륜을 저버리고 성공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은 바 그에게는 어떤 벌도 무겁다 할 수 없다 할 것이다.

     

    양의 탈을 쓴 늑대처럼 겉과 속이 늘 달랐으며 수시로 거짓말을 하고, 자신에게 호의와 정을 베푸는 사람의 마음을 이용하고

    심지어 가족의 정마저 버린 그에겐 정상 참작의 여지가 없다.

     

    양친 (의붓 아버지)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죄 (살인 및 사체유기)

    사실혼남의 돈을 빌어 유학비를 마련하여 호의호식한 죄 (사기)

     

    사실혼남과 자식이 있는데 이를 숨기고 재벌2세 백도훈과 결혼 (사기)

    자식의 죽음을 방치

     

     

     

     

    사람을 시켜 차재웅 변호사를 살해시킨 죄 (살인교사)

    차량에 폭약을 설치해 남편 백도훈을 살해한 죄 (살인)

    백학그룹 자택에서 사내 문서를 열람 및 절도, 도주 (절도)

     

    강도경 회장을 협박하여 정치 자금을 뜯어낸 죄 ; (공갈 협박 및 선거법 위반)

    영부인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사건 기록을 삭제한 죄 (직권 남용)

     

    주다해는 이와 같이 수많은 사람을 기만하고 특히 자신의 가족 및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 자들을 배신하고 살해하기까지 하였으니

    평생을 징벌받으며 참회하며 살아야 마땅할 것이다.

     

     

     

     

    자 이제 제 차례인가요?  변론하겠습니다 ;

     

    검찰의 기소 이유 및 모든 진술은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한 가지를 말씀드리려 합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가족과 이웃, 또 힘 없는 자와 권력 있는 분들, 있는 자와 없는자들 그 외 양식있는 시민 모두에게 여쭤보겠습니다.

     

     

     

    누가 자신의 양친에게 유년기때부터 몹쓸 폭행을 반복적으로 당하고,

    배우지 못하여 사회에서 또 친구에게도 배척당하며

    보육원에서 자란 애라고 손가락질 당하고

    먹고 살 길이 막막하여 빚을 져서 살아가다가 가족을 잃고 외톨이가 되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던 경험이 있으십니까.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로부터 너무도 철저하고 잔인하게 짓밟혀 가던 인생이 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진작에 제대로 살아보겠다는 생각조차 못하고 모든 걸 포기하거나 목적도 목표도 잃고 떠도는 삶을 택하였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피고는 그런 주변의 온갖 힘겨움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달동네 어두운 단칸방에서 쉬지 않고 공부하여 들어가기 힘든 대학에 합격하고

    더더욱 학업에 정진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또 바늘구멍같은 취업시험까지 합격하였습니다. 훨씬 더 좋은 조건에서 있는 자들도 이루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잠시 피고의 남편이었던 재벌2세, 백도훈과 비교를 해볼까요.

    그는 그 무엇도 부럽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났고, "뭔가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전에 이미 다 누가 사줘서, 욕심이 나본 적이 없다"라는 말을 할 만큼 부잣집 자제였습니다.

     

    그는 재벌 총수의 손주였으니 그 재산의 상속자였으며 또 경영권을 물려받을 사람이었으니, 그에 의해 수많은 사람들의 생계와 운명이 오락가락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하겠습니다.

    그러나 그는 "경영엔 관심없다"며 경영을 공부하고 회사를 책임지려는 준비를 하려 한 적이 없었습니다.

    기업은 개인의 사유물이 아니라 사회를 책임져야 하고 많은 사람들과 그 가족들의 생계가 걸려 있는 것인데도 말입니다.

     

     

     

     

    사람들은 피고가 재벌 2세인 남편의 사랑에 배신하고 상처를 입혔다고 비난합니다.

    존경하는 이웃 여러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다들 꾸미고 다닐 나이에 그러지도 못하고, 죽어라 공부만 해서 대학에 합격해 놓고서도  대학 들어갈 돈이 없어서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워하였던 사람이, 

    모든 게 다 갖춰져 있는데도 필요 없다 싫다 할 수 있는 인생을 사는 사람을 대체 어떻게 이해하고 교감할 수 있을까요?

     

    어떤 사람은,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지도 못하고 사는 백도훈이 불쌍하다고 얘기합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성폭행을 자행하는 아버지로부터 도망쳐서 어머니와 간신히 입에 풀칠을 하다가 죽은 모친 시체 옆에서 따라 죽어가던 피고 앞에서, 우리는 과연 재벌2세의 그런 운명에 대해 불쌍하다고 얘기하고 있어야 할까요.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접하는 대중 매체에는 '착하고 마음 여린 재벌'과 '그 순진해 빠진 재벌을 이용해 먹는 못된 서민'  이라는 도식이 자꾸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대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플롯이 나와서 작품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이 거기에 열광하게 되었는지,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툭하면 프랜차이즈를 만들어서 골목길에 있는 구멍가게마저 대한민국에서 멸종시켜버리고 서민들은 단체로 신용불량자로 만들어버린 것이 대한민국의 재벌들입니다. 재벌들은 그런 식으로 돈을 벌어 왔습니다.

     

     

     

     

    그들이 이용당한다고요? 허허. 천만에요.

     

    그러나

    피고는 오히려 골리앗같은 재벌가에 맨몸으로 뛰어들어가서 재벌들을 쥐고 흔들기까지 합니다. 그는 여리고 기반도 없고 여자의 몸으로 너무나 약하지만, 절대 그들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지 않고 무릎끓지 않습니다.

     

    백도경과 백창학 회장은 주다해에게, "너한테 줄 돈 없다"고 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대한민국 재벌들은, 서민에게 줄 돈이 없습니다.

    몇 조원을 법인 통장에 쌓아놓고 국내 해외에 수도 없이 많은 부동산을 축적해 놓은채 아무리 실업률이 높아지고 국민이 가난해져 간다고 해도 절대로 투자도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서민에게만은, 줄 돈이 없죠. 그게 백도경, 백창학같은 사람들입니다.

     

     

     

     

    피고가 영부인이 되어서, 백학 그룹에 대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벌이는 장면이 나왔는데요.  이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도 통쾌한 일이었습니다.

     

    왜인줄 아시나요? 비슷한 시기, 대한민국의 새 정부에서는 법인세는 한 푼도 더 올리지 않고 "오히려 대한민국 법인세와 상속세는 내려야 한다" 는 얘기가 흘러나왔기 때문이었습니다.

    대기업으로부터 징수하는 법인세. 1프로만 내린다면 몇 천억이 넘게 국고가 줄어들 겁니다. 이렇게 비는 돈은 죄다 서민들에게서 징수해야 한다는 건 다들 아실꺼고요.

     

    이러니 재벌들은 정부도 국민도 무서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오히려 생각합니다. 정말 주다해 영부인같은 사람이 대한민국에 있었다면,

    오만한 재벌들을 법의 심판으로 징벌할 수 있었다면, 그런 영부인이 있었다면, 국민은 무슨 웹툰이 어떻게 나왔건간에, 그 영부인을 너무나 사랑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주다해같은, 우유부단한 남자를 끌고 불구덩이 속에 뛰어들어가 아이를 구해 나오는 그런 배짱 있고 결단력 있는 사람이 없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피고가 잘못한 점도 많은 것은 인정합니다. 그는 자신에게 한없는 사랑을 바쳤던 남성에게 거짓말을 하고 사실상의 가족을 스스로 저버렸습니다.

    몸까지 팔아서 마련한 돈으로 자신을 유학 보내준 남성에게 끝까지 거짓말을 하고 혼인까지 한 점은 피고가 깊이 참회하고 죄값을 치러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딸의 죽음은 피고가 사주하거나 저지른 일은 절대 아니며 우발적으로 이루어진 사고일 뿐입니다.

     

     

     

     

    피고는 결코 자기 딸이 자기처럼 되길 원하지 않았습니다.

    피고는 자기 딸도, 자기처럼 죽은 엄마 시체를 붙들고 울고 있길 원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자식을 귀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피고의 욕심이 이 모든 일의 근원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요.

     

     

    나를 못된 년이라고 아무리 불러도 상관 없다.

    사람들이 나를 뭐라 생각해도 괜챦다.

    사람들이 주다해라는 이름에 침을 뱉어도 어떠랴.

     

    나는 내 자식이, 나같이 되도록 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내 딸을  "재수 없는 년"이라고 부르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내 자식은 반드시 귀하고 빛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존경하는 이웃과 여러분. 

    피고는 죄가 없지 않습니다. 허나 그는 참회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소외되고 힘없고 가족도 없는 한 여성이, 대체 어떻게 해서 이 무서운 곳에서 발을 붙이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인지?  한번만 생각해 주십시오.

     

    변론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s. 오랫만에 글을 올리다보니 영 엉망인 것같네요. 하도 바쁘다보니 글이 뒤죽박죽 희한해 보여도 이해해주세요..... 야왕을 너무 재미있게 봤지 뭐에요....  허접한 포스팅 끝까지 읽어주신 분 정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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