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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닥터진 _ 만약 성형외과 의사가 조선시대로 돌아간다면?

    닥터진 _ 만약 성형외과 의사가 조선시대로 돌아간다면?

     

    MBC의 새 주말드라마 닥터 진은 원래는 일본 만화가 원작이라고 합니다. 뭐 저는 원작은 보지 못했고요제가 의사이다보니 어쨌든 닥터 진은 흥미롭게 1,2회를 다 보았습니다. 극의 첫머리에서는 현대적인 병원에서 뇌의 혈종을 제거하는 수술모습이 파노라마처럼 나왔구요. 조선시대로 돌아가서 원시적인 환경에서 똑 같은 것을 진행하는 장면이 이에 대비되듯이 나왔습니다.

     

     

     

    2003년에 개봉한 러셀 크로우 주연의 마스터 앤드 커맨더에서 군의관이 1806년도의 선상 뇌수술을 재현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톱으로 골을 갈라내고 스푼으로 뇌 표면에서 혈종을 제거하는 장면을 매우 인상 깊게 묘사하고 있었습니다.

     

     

    그게 뇌입니까? 의사선생님. 아니, 그건 마른 피일 뿐이야, 이게 뇌야.”

     

    환자 팔을 묶어놓고, 코르크 마개 따는 도구로 해골을 열었다. 영화 마스터 앤드 커맨더 중

     

    흥선 대원군이 43세 때 수렴첨정을 하면서 정권을 잡았으니 드라마에서 배경이 되는 시대는 1860년경이었을 겁니다.

    진혁이 방 안에서 뇌수술을 한 시기는 그러니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입니다. 이미 서양에서는 200년 전부터도 경막외 혈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고 있었죠.

    그때와 지금의 차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사실은 수술의 기본적인 처치법과 개념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고, 똑같습니다.

     

    단지 진단기계가 발전했고,(CT의 등장) 마취 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했고 무균 수술 개념이 생겨나고 항생제 즉 제약 기술이 발전했고 수술 기구에 의공학적인 발전에 의해 현미경과 수술 드릴 등이 삽입된 것 뿐이죠.

     

    수술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최종 결정하고 수술을 집도하고 수술 후 환자 케어를 하는 것은 의사가 하는 일이 맞지만, 이렇게 사람을 살려내는 풍속 자체를 바꿔낸 것은 의사들이 아니었습니다.

     

    정확히 저 드라마의 시기에 프랑스에서는 루이 파스퇴르가 백신을 탄생시키고 있었죠. (그는 의사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파스퇴르의 혁명적인 실험 이후 이제 지구상에서 탄저병과 광견병으로 죽는 사람은 한 명도 없어졌습니다.

    그보다 조금 늦은 시기엔 뢴트겐이 X-ray를 발견했고요. 그 역시 의사가 아니었지만, 정말로 많은 사람을 살려내는 의학의 혁명을 일궈낸 것은 의사가 아닌 일반 과학자들이었다는 것이 역사적 사실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좀 엉뚱하긴 하지만, 성형외과 의사가 150년 전으로 거슬로 돌아갔다면? 이런 상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18세기에 그려진 신윤복의 미인도. 조선 시대 미인의 자태. 달걀형의 갸름한 얼굴과 작고 섬세한 이목구비. 화폭에는 그린 사람의 마음에 춘정이 서려 있어 ….” 라고 써 있다.

     

    신윤복의 미인도로 보건대, 당시의 미인들은 박민영처럼 한없이 큰 눈과 오똑한 코를 갖지는 않았던 것같습니다.

    작고 섬세하고, 여리여리하고 다소곳한 모습. 그것이 조선시대 사람들의 마음에 춘정을 서리게 하는 모습이었던 것같은데요. (21세기 요즘 말로 하면 섹시한 모습이었던 거죠)

     

    아마 저 같은 사람이 거기에 있었다면 기생들한테 많이 불려다녔을 것같습니다. 또는 남사당패나광대들한테도요. (지금으로 치면 연예인들) 솔직히 지금도, 화류계에 종사하는 분들이 성형외과에 가장 많이 오고 있는 게 현실이긴 해요….

     

    어떤 수술이 이루어졌을까?

    홍역이나 천연두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던 시절이었으니까, 천연두 흉터, 수두 자국 등을 없애야 했겠죠? 따라서 흉터 제거술이나 필링을 많이 해야 했을 겁니다.

    레이저 필링은 장비가 없으니 안되는 거고, 약물로 하는 필링은음 글쎄 약을 구할 수 있었을까요?

     

     

    다쳐서 코가 휘어지거나 주저 앉은 사람들을 위해서 코뼈와 연골을 복원시켜 주는 수술이 많이 이뤄졌을 것같습니다. 이건 제가 자신 있네요. 봉합사만 해결된다면, 기구가 그리 복잡한 것도 아니고충분히 잘 해낼 수 있었을 것같습니다. 단지, 실리콘 같은 건 구할 수가 없으니까 보형물이 필요한 경우는 다른 재료를 써야 했겠네요.

    …. 대나무 정도? 대나무가 코뼈의 휘어진 굴곡과 상당히 일치하고 매끈하니까 코 형태가 으스러진 환자들 같은 경우에는 잘 소독만 할 수 있으면 그래도 쓸만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실리콘이 상업적으로 생산이 가능하게 된 것은 1940년이니까 기대할 수 없는 시기였죠……   

     

    처진 눈 수술도 못쟎게 많이 했을 것같은데요. 기방에서 나이가 좀 들어서 손님들에게 인기가 시들해지기 시작하면 기생들이 처진 눈을 고치려고 할 것같네요. 눈꺼풀이 늘어지면 나이를 숨기기 어려워지니까요. 크고 짙은 쌍꺼풀은 조선시대에 그리 좋은 인상을 줬을 리 만무하니까 아주 얕고 자연스럽게 해내지 못하면 기방 손님들한테 클레임이 엄청나게 들어왔을 것같네요. ㅋㅋㅋ

     

    똑 같은 이치로 얼굴 당겨 올리는 수술 (페이스 리프트)도 성행했을 것같고요. 흉터부분을 잘 꿰메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좋은 봉합사를 어떻게 구하느냐가 참 어려운 문제일 것같습니다. 일단 누에고치에서 명주를 최대한 얇고 길게 뽑아내서, 실을 꼬아서 페이스 리프트를 해야겠고요. 그거면 아마 쌍꺼풀 매몰법도 가능했을 것같네요.  (지금 쌍꺼풀 매몰법은 나일론 실을 이용합니다)

    녹는 실이 필요한데 서양에서 만들어낸 Catgut처럼 고양이의 창자를 구해다가 그것으로 실을 만들어서 페이스 리프트 상처가 벌어지지 않게 잘 마무리해야죠.

     

    언챙이들이 많았을 테니 언챙이 수술을 많이 해야 했을 텐데, 이 부분은 정말 어려웠을 것같애요. 첫째 소아를 안전하게 마취시킬 수 있는 시설과 장비를 기대할 수 없고, 언챙이 즉 구개열/구순열이 같이 있는 경우는 교정치과가 같이 붙어야 하는데 그건 뭐…. 말이 안되는 거고, 단지 입술이 벌어져 있는 부분을 애가 어느정도 큰 다음에 잘 작도해서 붙어서 이상하게 보이지 않도록만 해야 했겠죠.

     

    대감마님댁이나 포도청 같은 데서는 높은 사람들이 얼굴을 다치면 봉합을 하라고 불러서 왕진 수술을 했겠죠. 당시는 명주실이 귀했으니까 명주를 구할 수 있는 사람들은 지체높은 사람들뿐이었겠죠. (당시 의원은 중인. 그다지 높은 신분이 아니었습니다. 명주같이 비싼 물건을 혼자 구입하긴 어려웠을 겁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의사 입장에선 답답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었을 겁니다.

    현대 의학은 오로지 의사들이 이루어낸 것이 아니고, 상하수도의 발전으로 위생이 향상되고 (도시공학), 각종 약물이 발견, 발명되고 (제약학), 수술 및 진단, 치료에 이용되는 기계 기구들이 발달하는 (의공학)  등등, 주변 과학 공학의 발달로 인해 더 많이 바뀌어 왔습니다.

    아무리 명의라 할지라도, 맨몸으로 15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지요.

    그래도 그런 상상을 해보는 건 호기심 나고 재미있네요. 앞으로 송승헌과 김재중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을 보는 것도 기대되는 일입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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