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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을 거슬러_해품달 17회


    구름에 빛은 흐려지고 창가에 요란히 내리는
    빗물소리 만큼 시린 기억들이
    내 마음 붙잡고 있는데

    갈수록 짙어져간 그리움에 잠겨
    시간을 거슬러 갈순 없나요
    그 때처럼만 그대 날 안아주면
    괜찮을텐데 이젠

    젖어든 빗길을 따라가
    함께한 추억을 돌아봐
    흐려진 빗물에 떠오른 그대가
    내 눈물 속에서 차올라와

    갈수록 짙어져간
    그리움에 잠겨 시간을 거슬러 갈순 없나요
    그 때처럼만 그대 날 안아주면
    괜찮을텐데 이젠

    흩어져가, 나와 있어주던 그 시간도 그 모습도

    다시 그 때처럼만 그대를 안아서
    시간을 거슬러 갈수 없나요
    한번이라도 마지막일지라도 괜찮을텐데


    린이 불러준 시간을 거슬러의 가사입니다.

    해품달 17회 마지막 장면. 훤이 해를 품은달을 조각한 비녀 한쌍을 꺼내 연우에게 주면서 이제야 둘이 하나가 되는군.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린의 노래 (시간을 거슬러)가 같이 나오자 저도 그만 눈물이 펑펑 쏟아지고 말았지 뭡니까….

     

     

    저는 이 드라마에서, 조선시대 천민인 무녀에게 입을 맞추는 왕의 모습. 이 자체가 하나의 혁명을그리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썩을 대로 썩은 외척세력과 이권에 마구 휘둘리는 정치판, 그 속에서 사람의 목숨을 없애는 것조차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권력자들.

    홀로 외롭게 왕도정치를 구현해 나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젊은 왕. 그리고 죽음을 사이에 두고서도 결국 이어지는 연우와의 사랑.

     

    이 두 사람의 뜨거운 입맞춤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눈물을 자아냈을까요. (제 눈물이 그렇게 싸지 않거든요….. )

    탐욕과 욕망으로 얼룩져 있는,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인간들의 그 어떤 협박 속에서도 진실을 태양처럼 높이 빛나게 하려는 그 도도한 힘이 바로 훤과 연우의 8년이 넘도록 변함없이 살아있는 사랑으로 상징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구름에 빛은 흐려지고…… 젖어든 빗길을 걸어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라도 다시 만나고픈……….  가슴아픈 사랑,

    대왕대비 윤씨가 훤을 찾아와서 옛날 일, 다시 들추지 말고 그냥 덮어두라고 얘기합니다. 그래서좋을 거 하나도 없다. 사람 다친다. …. 등등. 마치 5공 시절 공안사건 관련 파일을 보는 것같은 느낌이었는데요.

     

    뭐 약간 잡설입니다만
     

    역성혁명을 통해 500년 한반도를 통치한 왕조를 일으킨 이씨지만 그 태생부터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었죠. 뿌리깊은 나무에서도 밀본이 나오고 왕도정치를 엉망으로 만드는 권력집단이 꼭 등장하는데요, 해품달에서는 외척세력으로 나옵니다.

    조선은 초기부터 성리학의 근본주의를 도입하고 여성을 핍박하고 세도정치에 당파에 사화에….. 결국 조선이 똑같이 역성혁명으로 멸망하지는 않지만 가만히 놔둬도 멸망할 사회가 된 것이 말기의 조선이었다고 하죠.  (조선 하나만 빼고 한반도에 존재했던 모든 나라들은 전부 다 아시아를 호령하는 강대국들이었습니다.)

     

    훤이 조정회의에서 활인서에서 빈민을 구제하기는커녕 세를 횡령하는 경우만 많다는 것을 지적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물론 이 드라마는 픽션이지만 이런 상황은 픽션이 아니고 우리 조상들이 모두 겪었던 실제의 일이었을 겁니다.

     

    먹을 것도 없고, (보릿고개란 말은 아시아에서도 한반도에서만 있는 말이었다죠.) 풀뿌리를 베어 먹다가 전염병이 돌면 약도 없이 죽어가는 조선시대의 민초들.

    그리고 국가로부터 벌을 받고 쫓겨나 음탕할 음자를 몸에 새기고서도 몸을 아끼지 않고 그들을 돌보는 한가인(연우)의 모습.
    그리고 이 연우를 힘껏 껴안는 왕의 모습은 민초들의 고난을 온몸으로 껴안고 백성의 수난은 자신의 부덕이라고 하는 왕도정치의 이념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죠.


    그리고 그게 어떻게 되든지 말던지 간에 어떻게든 왕이 정치를 못하게 하고 모든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수구 정치 세력을 상징하는 영상, 대비 윤씨, 그리고 남의 목숨을 빼앗아서 중전의 자리에 오른 윤보경. 왕도정치가 죽고 권력자들의 세도만 만발한 상황에서 서민들의 생활이 어땠는지는 활인서의 모습으로 잘 보여주고 있었던 것같습니다.. 

     

    혹자는 김수현이 너무 어린 게 아니냐는 말들도 하시는 것같지만, 해품달에서 왕은 반드시 어려야 했습니다. 썩은 정치를 젊은 힘으로 뒤집어 엎는 것은 영원한 민초들의 소망이었으니까요. (지금도 역시 그렇습니다!!)

     

    이제 서서히 드라마는 권선징악의 결말로 가고 있습니다.

    뭐 뻔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하는 시청자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뻔하게 간다 하더라도 저는 해품달의 스토리가 아름답고 애절하게 느껴지네요.



     
    시간을 거슬러,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사랑하던, 행복하던 그때로 어떻게든 돌아가고 싶은 마음. 훤과 연우가 키스한 오늘, 이제 해는 더욱 훤하게 해다와지고 달빛 또한 휘영청하게 밝아지면서 더할 수 없이 아름다운 언어와 음악으로 그려지는 왕도정치의 혁명을 계속 지켜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린 노래 듣고 듣고 또 들어도 질리지가 않는 건 드라마가 좋아서일까요? 노래가 좋아서일까요? 둘 다겠죠?  이만 줄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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