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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상속자들. 계급과 현실, 그리고 신분 탈피

    상속자들을 보면서….

     

    이 드라마에 몰입하게 되는 요소는 김은숙 작가의 화려한 수사, 빠르고 흥미진진한 전개, 하이틴 로멘스,  학원 폭력, 복잡한 가정사, 화려한 화면, 내로라 하는 주인공 배우들의 열연 등등 참으로 많지만, 보면 볼수록 계속 머릿속이 복잡해지네요. 드라마의 메인 테제인 계급이라는 문제 때문인데요.

     

    그야말로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것을 다 규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계급이라는 문제를 이렇게 학원 로맨스 드라마에서 주무르고 다듬고 스토링을 하고 있고 게다가 시청자들에게 환영받고 있다는 점까지 모든 것이 다 놀라울 뿐이에요. 

     

    찬영이가 은상에게 정리해 준, 제국 고등학교에 존재하는 4개의 계급에 대해서 한번 먼저 얘기해 볼까요.

    1집단. 경영 상속 집단,

    2집단. 지분 상속 집단.

    3집단. 명예 상속 집단

    4집단. 평민 집단.

     

    얘기를 좀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서

    인류가 잉여 생산을 하기 시작하게 되자 남아도는 생산물에 대해 소유분배의 문제가 생겼고, 누가 얼만큼 이것을 가질 것인가에 대한 싸움이 끊이지 않았어요.

    서로 피 터지게 더 갖겠다고 칼질하고 베어 죽이다가 결국은 계급이라는 제도가 생겼고 이것이야말로 인류의 가장 추악하고 비참한 불행의 시작이 되었어요.

     

    누가 얼만큼 소유해야 마땅한가 하는 문제는 너무나 풀기 어렵고 힘든 문제라서, 인간은 결국 계급 제도가 얼마나 불완전하고 불평등하며 잘못된 것인가를 뻔히 알면서도 그 제도 안에 안주하고 해결하고 있을 뿐입니다.  계급이란 문제는 그것이 만들어진 이후로는 단 한번도 해결된 적이 없어요. 늘 인간은 계급 제도 속에서 한쪽은 가져가고, 한쪽은 생산하면서 살아왔어요.

     

    칼 마르크스는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로 이를 구분해서 자본의 근본적 속성이 노동 계급이 만들어내는 잉여 가치를 수탈하는 것이 자본주의라고 규정했던 것이고요. 결국은 프롤레타리아의 혁명으로 인해 자본주의 사회는 필연적으로 붕괴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마르크스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고, 21세기에 이른 지금은 거꾸로 사회주의 사회가 사실상 붕괴하였고 오로지 국적도 없는 국제적 자본이 모든 잉여 생산물들을 흡수하고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결국 계급이라는 어려운 문제를 인류가 극복하기에는 한참 부족한 상태인 거죠.

     

    제가 얘기하고 싶은 요지는,  상속자들에서 나타나는 계급의 상속 문제예요.

     

    인간이 부지런히 노력해서 자신의 경제적 토대를 탄탄히 하고 남다른 능력을 발휘해서 다른 이들보다 높은 위치에 올라간다는 그 자체는 나쁜 일은 아니에요.

     

    정작 나쁜 것은, 날 때부터 얘는 제 1계급. 얘는 제 4계급. 이렇게 규정되어서 인간이 태어난다는 것이죠. , 부와 계급과 인생살이 전체가 상속된다는 부분이에요.

    너무나 당연하게 드라마의 기반으로 깔려 가고 있는 이 부와 계급의 상속에 대해서는 문제제기를 꼭 해야 해요.  그게 현실이긴 하지만, 당연한 건 절대 아니에요.

     

    유라헬이 은상에게 졸부라고 조롱하면서 날리는 멘트에서 그 시스템을 그대로 웅변하고 있어요. “나는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때부터 한 번도 부자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거든. 너 같은 졸부하고는 달라

     

    계급간의 이동을 하는 방법이 무엇인가라는 점에 있어서는 더 심각해요. 4계급 인간이 신분의 이동을 하기 위해서는 제 1계급과 혼인을 하는 것밖에는 답이 없다. 결국 김은숙 작가의 예전 드라마에서처럼 지금 이 상속자들역시 그 공식을 그대로 앵무새처럼 시청자들에게 읊어주고 있어요.

     

    그래도 시크릿 가든에서는 환타지와 멜로라는 짙은 향내 때문에 계급이라는 현실이 좀 가려졌어요. 근데 이번 드라마는 그렇질 않아요. 가면 갈수록 더 계급을 부각시키고 있어요. 이제 끝은 무엇일까요.

     

    부는 상속된다. 계급은 상속된다. 근데 올라가고 싶다면, 윗 계급 인간과 혼인하는 수밖엔 없다.

    맞는 말이기도 해요. 맞아요. 한데, 너무 뻔해요. 그렇게 반복해서 맨날 맨날 그 얘기만 할 필요는 없는 것같애요. 왜냐하면 누구나 다 알거든요

     

    1789년 프랑스 시민 혁명 이후에 사람들은 귀족과 평민 질서를 무너뜨리고 조국에 공화국이 설립될 것으로 믿었어요. 그런 대중들의 믿음을 업고 정권을 쥔 나폴레옹은, 엉뚱하게도 자기가 황제가 돼버렸어요.

    나폴레옹이 욕심이 많았다기 보다는, 그 또한 수많은 정적들 사이에서, 외세의 위협 속에서 숙청당하지 않고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쳤다고 보는 게 옳겠죠.

     

    그러나, 그렇긴 해도 그 나폴레옹으로 인해서, 프랑스 시민 혁명의 정신, ,

     

    인간이 인간을 억압하고 자유를 박탈해서는 안되며

    인간은 모두 날 때부터 똑같이 숭고하다는

     

    그 고귀한 정신은 온 유럽에 다 퍼지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하나하나 조금씩 조금씩 바뀌어 나가는 것이 인간의 역사인 거고요.

     

    계급이 만들어지는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는 필요악이라 하더라도, 계급이 철저하게 상속되고 있는 것은 어떻게든 바뀌어야 하며 죄악시되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해요.

     

    부는 상속되어서는 안돼요. 계급과 신분은, 상속되어서는 안돼요.

     

    능력과 노력과 땀과 열정은 개인에 따라 다 다르고 천차 만별이라 해도,

    노력을 할 기회까지 불공평해서는 안돼요.

     

    지금 상영하고 있는 제니퍼 로렌스의 헝거 게임이란 영화가 자꾸 겹쳐져요.

     

    헝거 게임에서는 가상의 국가 판엠의 계급제도를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하는 캐피톨 권력자들과 수탈받는 식민 구역 인민들간의 픽션 스토리이지만, 현재의 부와 권력, 정보와 미디어를 독점하고 있는 집단과 반대쪽에 있는 대중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어요.

     

    드라마도 예술이에요. 하나의 종합 예술이죠.

    예술이란 똑 같은 것, 남의 것을 베끼는 것, 그렸던 그림 또 그리는 것은 아니에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 독창적인 것, 새롭게 시도하는 것. 그게 진짜 예술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길이 기억되는 것 아닐까요.

        

    이제 혼인과 신분 이동, 그로 인한 멜로 드라마는 여기까지. 더 이상 안 해도 될 것같애요. 이미 충분히 봤어요. 드라마의 시청률이 높다면 그것은 작가의 맛깔나는 화법과 배우들의 열연 때문이겠지요. 대신, 새로운 지평을 여는 작품, 계급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가 하는 충실한 고민이 배어 있는 작품들이 쏟아지길 기대해요.

     

    지금 외국에 나와있는데, 중국 러시아 몽골 필리핀 등 나라들은 대한민국보다 빈부 차이가 훨씬 더 심하군요. 우리나라는 약과다 싶을 정도로……   계급의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은 요새 가면 갈수록 전세계적으로 심해지고 있는 것같아요.

     

    어떻게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재벌 기업에는 몇 조가 넘는 현금이 몇 년째 잠자고 있고 중소기업은 파산하고 서민들은 늘어나는 빚때문에 인생과 사업을 포기하는 일이 없어질까요.

     

    답은 아직까지도 없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만들어나가야 하죠. 한데 정말 어렵죠. 계급, 빈부의 격차. 이런 문제는 늘 방법이 별로 없었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이 드라마에서는 요소요소에서 자꾸 그걸 보여주고 말하고 있으니까 너무 괴롭네요.

     

    이민호가 참 멋지고 박신혜는 하이틴 캔디 캐릭터 잘 그려주고 있고, 김우빈 오토바이 타는 모습도 멋있고 폭소가 터지는 부분도 있고 참 좋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너무 기가 막힌 현실을 그려주고 있기 때문에 참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좋은 한 주 되시고요. 오늘은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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