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성형외과의 가장 최근의 학술적 트렌드 중 하나로서, 보형물 수술에서 감염-염증이 얼마나 그 결과와 부작용에 중요한가를 알려드리려 합니다.
과학은 항상 '과연 그럴까?' 라는 의심을 품으면서 시작되며 결과적으로 기존의 상식들을 자꾸 뒤집는 과정을 거쳐 갑니다. 우리가 지금 현재 갖고 있는 상식을 바꾸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 오면 누구나 괴로워하고 짜증을 내기도 하지만, 진리에 가까이 가기 위해서 그런 단계들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의학 역시 그렇습니다.
보형물이 들어가는 수술들은 매우 많고, 앞으로도 각종 신제품들을 개발해서 자꾸 인체에 삽입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치과에서 쓰는 인공치아, 즉 임플란트 (티타늄), 정형외과에서 쓰는 무릎이나 고관절 등의 인공 관절, 일반외과에서 쓰는 (테플론 등을 재료로 하는) 인공 혈관, 심장 박동기 등등 사실 무수히 많습니다. 성형외과에서 코를 높일 때 쓰는 실리콘 혹은 인조 피부, 가슴이나 엉덩이를 키울 때 쓰는 실리콘 보형물도 대표적인 인체 내 삽입 보형물입니다.
이런 보형물들을 삽입하는 이유는 수술을 빨리 끝낼 수 있고, 미리 만들어져 있는 재료를 사용하므로 모양, 기능 등이 완벽하며 결과가 드라마틱하다는 점입니다. 골이식이나 연골 이식 등에 비하면 (대량생산되는 제품을 쓰는 것이니) 비용이 훨씬 저렴하기도 하고요.
그러나 보형물은 이물질입니다. 인체내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공장에서 만들어진 것이죠. 이런 이물질을 가지고 살면서 과연 부작용이 없겠는가 하고 사람들은 의심하는 게 당연하고요, 실제로 어떠어떠한 부작용들이 생기곤 합니다.
유방 보형물 수술의 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구축입니다. 왜냐하면, 가슴 보형물은 부드럽고 풍만한 느낌을 갖고자 하는 목적에 쓰는 것인데, 부드럽질 않고 딱딱한 느낌이 든다면 수술한 의미가 퇴색하기 때문이죠. 때문에 실리콘 보형물을 넣기 시작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늘, 구축의 발생 원인에 대해 의사들은 연구를 지속해 왔습니다.
지금까지의 수많은 연구의 결과물로 인해 구축이라는 현상은 세균 감염에 의해 포켓이 오염되어서 생긴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동물실험과 임상 결과물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어요.
보형물은 공장에서 포장되어 나오기 전에 소독, 멸균 과정을 거치지만 100% 멸균 상태라는 걸 사실 확인할 방법이 없어요. 그리고 수술에 사용되는 수술 기구, 기기들 역시 멸균 소독을 하고 사용하지만 과연 완벽히 멸균될 수 있을까. 수술실과 수술자의 손도, 멸균 글러브를 끼고 하지만 공기 중에는 세균, 바이러스, 진균 등이 돌아다니고 사실 지구상 그 어디에도 (멸균 실험실이나 면역 저하자 치료실을 제외하고) 균이 없는 곳은 없어요. 따라서 이러한 병원균들이 수술의 어떤 과정 중에 보형물과 함께 포켓 속으로 들어가서 오염원이 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면역 기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면 일반적인 수술에서 허용치 이내의 병원균 정도는 충분히 이겨낼 수 있고 잘 회복이 됩니다. 가슴 수술에서도 마찬가지이죠. 인체는 면역 세포들을 활동시키면서 병원균을 무력화시키고 사멸시키고, 청소합니다.
그런데, 보형물은 이물질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지만 면역 세포를 가지고 있질 못합니다. 만약 보형물에 오염되어 들어간 병원균의 숫자가 많았다면, 혹은 수술이 너무 파괴적으로 진행되어 주변 조직이 충분히 면역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였다면, 이들은 청소되지 못하고 보형물 주변에 생존하게 되죠. 이런 세균들은 활발히 증식한다기보다는 자기들을 보호하기 위한 어떤 보호막을 치고 필름처럼 아주 얇게 보형물 주변에 만성화되어 상주합니다.
이것을 바이오필름이라고 하며 세균이 생성한 이런 바이오 필름은 항생제나 살균액으로부터도 세균을 보호해 주기 때문에, 오랫동안 생착하는 것이 가능하며 이에 대해 인체는 더 극심한 염증성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이런 심한 염증성 반응으로 인해 피막에 섬유 아세포들이 활발히 동원돼, 결과적으로 심한 구축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 지금 가장 인정받는 이론입니다.
일반적으로 환자분들은 감염과 염증을 잘 구분하지 못하시는데, 감염은 외부로부터 병원균의 침투를 허용한 상태를 말하고, 염증은 그 병원균에 대항하는 인체의 반응을 의미합니다.
가슴수술에서 만약 아주 심한 감염이 일어났다면, 그때는 열이 나고 가슴이 부어오르고 고름이 나올 것입니다. 우리가 보통 '염증 났다' 고 하는 게 사실은 감염 상태인 거죠. 구축은 이런 우세한 감염이 아니라 반대로 미세한 감염 상태에서 일어납니다. 즉 눈에 잘 띄지 않는 정도의 만성적 감염에 대한 인체의 저항, 인체의 반응 (즉 염증) 으로 피막이 두터워지고 결과적으로 단단한 가슴을 만들게 되는 겁니다.
이러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아래의 사항들은 전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성형외과 연구자들이 인정하고 있는 14 포인트 플랜이라는 "구축 예방법"들입니다. 맛사지나, 구축약 복용은 그런 전략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걸 명확히 말씀드립니다.
1) 마취 시에 혈관내로 예방적 항생제를 투여
2) 유륜 주변 절개나 액와 절개법을 피한다.
3) 수술 중에 유두를 가린다.
4) 주의 깊고 손상이 많지 않게 수술할 것.
5) 세심한 지혈
6) 이중평면 수술 혹은 근막하 포켓 형성을 꾀한다.
7) 항생제 용액 혹은 소독액으로 포켓을 청소
8) 슬리브 (깔대기처럼 생긴, 보형물의 피부 접촉을 방지하는 기구) 를 써서 보형물을 넣는다.
9) 보형물을 만지기 전에 글러브를 바꿔 낄 것.
10) 보형물이 오픈돼 있는 시간을 줄인다. (넣기 직전에 뜯는다)
11) 보형물의 포지션을 잡느라고 과도하게 만지지 않는다.
12) 층층이 봉합한다.
13) 드레인 튜브 (헤모박 등)을 삽입하지 않는다. 세균의 오염원이 될 수 있음.
14) 가슴 수술 후에, 추가적인 어떤 수술을 할 경우 항생제를 예방적으로 써준다.
(위의 플랜들 중 두 번째 항목. 유륜과 액와 절개법에 대한 부분은 이견이 있는 의사들도 있을 것입니다.)
즉, 의사가 수술을 잘 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겁니다. 일단 수술이 끝나고 나서 심한 구축이 왔다면, 그때 가서 괜히 아프게 맛사지 하고 돈 들여서 약 사먹고 하는 거는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경험 있는 의사가 수술을 최대한 신경 써서 잘 한다고 해도 그래도 아주 약간의 숫자의 병원균이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어요. 그럼으로 인해 (운이 없다면)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Grade 1~2) 구축이 생길 수는 있습니다. 허나 그런 구축은 보통 재수술까지는 가지 않지요.
미래의 가슴 수술 보형물은 아마도 이런 부분이 분명히 개선되어서 나올 것입니다. 우리가 구축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생산한 것으로 알고 있는 텍스쳐링 공법은 앞으로는 소멸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이고요, 대신 멸균액 혹은 항생제 액이 코팅돼 있는 보형물들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으로 인해 구축과 감염의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제품들이 선을 보이고, 일반화되지 않을까 예측되고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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