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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색의 마법사, 간달프를 그리워하는 이유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호빗 시리즈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이 2003년에 나왔죠. 벌써 그 시리즈가 종결된지 12년이나 됐군요. 

     

    후속 시리즈인 호빗 . 그 중 마지막편인 다섯 군대 전투가 2014년에 개봉되었으니 2001년 반지의 제왕 ; 반지 원정대로부터 호빗 종결편까지 장장 14년간의 대장정이었던 셈입니다.

     

    이 여섯 편의 영화가 한 편당 상영시간이  3시간 20분에 육박해요. 합하면 20시간에 가까운 영화였으니 정말 대단한 영상이었고, 대작이었던 건데요.

    저는 이 긴 영화 시리즈를 전부 다 보고 또 복습까지 해도 그래도 재미가 있네요.

     

     

    사실 이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인상깊었지만

    저에겐 가장 머릿속에 오래 남아 있는 장면이 하나 있어요.

     

     

    물론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에서 로한왕 세오덴이

    기마병을 이끌고 곤도르의 포위망을 뚫으면서 사우론의 부대를 섬멸하는 장면이나,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에서 거대한 드래곤 스마우그를 검은 화살로 명중시키는 바드,

     

    호빗 ; 다섯 군대 전투에서 드워프 왕 소린이 정예병력을 끌고 오크 대장을 공격하는 장면 등 길이 남을 명장면이 수두룩했지만

     

    제가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은 바로 이 장면이었답니다.

     

     

     

     

    다섯 군대 전투에서 킬리와 소린이 희생되고, 천신만고 끝에 오크 군대를 격퇴한 후

    전쟁이 끝난 폐허 위에 앉아

    파이프에 담뱃불을 당겨 무는 마법사 (간달프) 의 모습이었는데요........

     

     

    엄청난 보물을 눈앞에 두고서도 담배나 빨고 있는 회색의 마법사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전쟁 장면은 철저히 유럽 중세시대의 전쟁 패턴을 따라가며 그려지고 있어요.

    이 당시 전쟁이란 게 끝나면

    승리자는 패배자에 대한 무자비한 약탈과 살육을 행하면서 정리하는 것이 일상적인 거였는데

     

    영화상이지만 호빗; 다섯 군대 전투의 승리자인 마법사는 

    한가하게 파이프 담배에 불을 피우면서 주저앉아 그저 지친 몸을 쉬고 있을 따름이었던 거죠. 

     

     

    실제 이 세상에서 다섯 군대 전투가 만약 일어났다면

     

    전쟁의 승리자들은 에레보르의 무지무지한 보물과 금을 놓고 어떻게 나눠 가질지를 놓고 자기들끼리 죽이면서 죽을 때까지 끝도없이 싸웠을 꺼에요.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마법사란, 세상의 정보와 지식을 모두 가진 자로서 불가사의한 힘도 갖고 있는 존재를 그리고 있어요..

     

    그리고 반지라는 물건은 세상을 휘두를 수 있는 절대 권력을 상징하는 것이며

    반지의 유혹이란...... 결국 인간은 절대 권력의 유혹 앞에 결코 버티지 못하고 모두 무너진다는 뜻이겠죠.

     

     

     

    백색의 마법사, 사루만은 주판알을 굴리다 암흑의 군주인 사우론의 편이 되어 그에게 자기 힘을 바쳐 가담하게 되고

    회색의 마법사 간달프는 형세가 사우론에게 훨씬 유리하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사루만에게서 등을 돌려요.

     

    간달프가 그리워지는 이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기만해서 부를 축적할 수 있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 모르게 반칙을 써서 증여세도 없이 자자손손 회사의 경영권을 누리게 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면 옳지 못한 방법을 써서 권력을 장악할 수 있는지

    그리고 옳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강한 자의 편에 서는 게 유리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채 늘 수탈당하는 약한 자의 편에 서는 게 불리하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강한 자에게서 등을 돌리기는 쉽지 않지요.

     

     

    정보를 독점하고 지식을 점유하고 있는 자들이 (예컨대 주식시장의 작전주나 도시 개발 계획 등)

    선한 의도를 갖고 있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인간은 절대 반지, 권력과 돈의 열쇠를 쥐고 있는 그 문고리 앞에서 그 유혹을 참기 어려운 법이니까요.

     

    기적적으로 그 부정한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을 쫓아버렸을 때, 그 승리자들은 늘 또 하나의 부정한 권력이 되고 마는 것이 인간의 되풀이되는 역사였고요.

     

    회색의 마법사는 그러나

    단지 친구와 나란히 앉아 담배를 한 대 태울 뿐이었어요.

    요즘같은 세상에, 회색의 마법사가 못견딜 만큼 그리워지는 이유입니다.

     

     

     

    정부는 끝까지 감염자가 발생한 병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으려 했어요.

     

    만약 그 명단에 삼성 서울병원이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그래도 그렇게 숨기려 했을까요. 

     

    국내 메르스 1호 환자 확진일이 5월 20일이었어요.

    전 국민이 다 불안해하고 있는데 5월 29일까지도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자회견에 나서서 "병원명을 공개하면 치료 받아야 할 환자들이 치료를 안 받아서 위태로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며 병원명 공개에 반대했어요.

     

     

    근데 메르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감염자 수가 이미 절정을 찍을 만큼 급증했던  6월 7일이 되어서야 "신규 감염자는 병원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면서 확진 환자 발생 병원 6곳과 환자 경유 병원 18곳을 발표하게 되어요.

     

    인간은 권력을 추구하게끔 만들어져 있어요.

    권력과 돈을 따라서 줄을 서게끔 만들어져 있어요.

    그러나 권력과 부의 상징인 '삼성'이라는 타이틀이 걸린 기관 (즉 삼성 서울 병원) 의 영업 타격과 이미지 손상을 막기 위해서라면 국민이 병들고 죽어나가도 어쩔 수 없는 것이었던가요.

     

     

    정부 관계자들과 절대 권력 앞에 줄을 서 있는 그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메르스라는 질병을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나 영화 속의 괴물들보다도 더 추악하고 무서워 보입니다.

     

    이런 끔찍할 정도로 추악한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서 문득

    엄청난 재물과 부를 눈앞에 놓고서도 한 모금의 담배 연기로 만족스러워하던 영화 속의 인물에 대해 떠올리게 되었어요.

     

     

    호빗 시리즈나, 반지의 제왕 시리즈나 모두

    호빗이라는 인물이 정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데요.

     

    호빗은 암만 생각해도 아주 평범한 사람들, 즉

    아주 똑똑한 것도 아니고 힘이 센 것도 아니고, 권력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는

    그런 순박하고 '작은' 사람들을 상징하고 있다고 생각돼요.

     

    그날 먹을 식량으로 족하는 사람들, 궁전에 엄청난 금은보화를 쌓아놓을 욕심을 갖지 않은 사람들, 절대 권력을 탐내 싸움을 걸지 않는 사람들

     

     

    톨킨은 결국, 그런 작고 순박한 사람들이 인간과 세상을 구해낼 것이라고 내다보고 반지의 제왕 원작을 써내려간 것이 아닐까요.

     

    배가 가라앉는 사고나,  지독한 가뭄같은 재난이나 전염병 확산이나, 그 외 큰 문제가 닥쳐왔을 때 정작 높은 사람들, 권력을 쥐고 있는 분들이 대체 뭘 하고 있는지는 우리가 이미 볼만큼 다 봤습니다.

     

    호빗과 같은 사람들, 언젠가 이렇게 평범하고 겸손하고 작은 사람들이야 말로 세상을 구할 영웅이 되지 않을까요.

     

     

    오늘 글은 여기까지입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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