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한반도는 전면전의 준비가 되어 있는가?
사건일지 ;
8월 4일 비무장지대 지뢰 도발 사건
8월 20일 비무장지대 인근 포격 도발 사건
이후 남한의 대북 심리전 방송
(내용) "대한민국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중국만 3번이나 방문을 했고... 북한 김정은은 3년이 넘도록 단 한번도 순방은 커녕 외국 관광조차 못하고..." "나이 어린 김정은이..."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제3군 사령부 방문 자리에서 도발에 대해 강력한 대응을 하라고 지시하였고
북한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최후통첩 시한까지 적절한 조치가 없으면 강력한 군사행동이 있을 것" 이라며 협박(?)하였습니다 .
21일 UN 반기문 사무총장은 '당사자들이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도록 대화에 나서야 한다." 고 호소하였습니다.
그리고 22일 판문점 고위급 접촉 회담이 시작되었고 이건 아직도 타결되지 못하고 계속되고 있습니다.
판문점 회담에 대한 인터넷 기사 댓글들을 보면
"정은이 돼지 국물 끓여 먹자" "대화는 개뿔 돼지가 말은 알아듣냐" 등등
지뢰 사건, 포격 사건에 대해 아주 즉각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글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한대 맞았으니 맞은 만큼 시원하게 돌려쳐서 되갚자. 라는 의견들로 보입니다.
이러한 '대북 강성 기조' 의견들을 보면,
"평화를 얻기 위해서 오히려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야만 한다. 따라서 북한에 반성/사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강력한 응징을 해야 한다".
라는 주장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보입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제가 든 의문점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
우리나라의 젊은이들
우리나라의 사회 지도층들은,
북한과의 전면전을 해서라도 대한민국을 사수하겠다는 정신 자세/정신 무장은 과연 되어 있는 걸까요?
이게 잘 확인이 안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제가 잘 모르겠어서 한번 질문을 던져보는 겁니다.
우리 스스로가 이 질문을 한번쯤은 가슴에 품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북한이 남한을 침공하건, 아니면 DMZ 도발사건이 다시 일어나서 이번엔 남한에서 그에 상응하는 응징 (포격)을 하면서 만약 단순 국지전에서 전선이 확대되고, 남한과 북한이 규모가 큰 전투에 돌입하게 된다면,
우리나라의 대다수 국민들은 당장 생업을 내던지고 전장으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고 뛰어들겠다는 각오가 확고히 서 있는것일까요?
학생들은 학업을 중단하고 줄줄이 총을 들고 입대를 자원할 것인지.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생업을 내던지고 "내 가족도 결국 국가가 있어야 먹고 산다." 라며 포탄과 수류탄이 떨어지고 매일 끔찍하게 죽는 사람이 나오고 팔 다리가 잘려 나가는 전방 전선으로 뛰어들 것인지.
그리고 정부 고위 관료들을 비롯한 이른바 대한민국 지도층들은,
스스로 솔선하여 최전방에서 전쟁을 지휘하여 모범을 보일 것인지. 또 자기 자식들은 설사 외국에 있더라도 불러들여서 전선에 보내 어디서 지뢰가 터지고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곳에 보내 국가를 위해 헌신하도록 할 것인지.
저는 솔직히 많이 궁금합니다.
북한이 '모든 인민은 남한을 불바다로 만들 준비가 되어 있다' 라는 방송을 내보내고 판문점에선 긴장속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남한에선 8월 21일 용인 에버랜드, 캐리비안 베이 등 놀이 공원에 행락 인파가 4만명이 넘게 방문해 북적거렸고, 제주도행 항공기는 거의 만석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고속도로 교통상황도 주로 행락차량인 40만대가 넘는 차가 수도권에서 빠져나가 평상시와 다를 바 없었다고 하고요. (22일 연합뉴스)
1904년~1905년간 지속된 러일 전쟁을 승리로 이끈 일본 3군 총사령관 노기 마레스케 장군이, 함대를 이끌고 시모노세키 항구로 개선하였을 때, 수많은 일본의 어머니들이 부두로 몰려갔었다고 하는데요.
전사자가 너무 많다 보니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이 장군에게 항의하러 간 거죠.
헌데 노기 장군의 장남과 차남, 이 두 아들이 모두 전쟁 중에 전사했고 그들의 유골을 안고 함정에서 내리는 장군을 보자 모두가 항의할 마음을 잃고 부두는 울음바다가 되었다고 합니다.
후에 노기 마레스케 장군은, 자신의 아들들이 모두 전장에서 순국했다는 것만으로 자신의 실책이 용서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할복하여 생을 마감합니다.
일본이 강대국들을 연이어 격파하고 아시아의 강자가 되었던 데는, 이런 사회 지도층들의 철저한 도덕적 책임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헌데
제가 기억하기로 역사적으로 그나마 괜챦은 사료가 존재하는 중세 이후 한반도에서 일어난 전쟁에서 국가 지도층이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걸 본 적이 없어서 의문스러운 겁니다.
지금은 과연 달라졌을까요?
1592년 4월 13일 고니시 장군의 선발대가 조선땅을 밟고 난 후 불과 보름 후 선조는 수도 한성을 버리고 도망갑니다. 좌의정 우의정을 비롯한 대소 신료들 약 1백명이 같이 가요.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의병들의 활약과 명나라의 10만 대군 파병 이후 다시 한성으로 돌아온 선조는 얼굴도 두껍게 그 어떤 반성도 하지 않고 되려 열심히 싸운 장군들을 숙청하기까지 하죠. (이순신을 백의 종군시킴.)
여기까지만 들어도 딴 나라 사람들 혹시 볼까봐 챙피하고 기가 찬 일인데 그게 한 3백 몇십년 후에 똑같은 일이 또 일어나드라고요.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이 38선을 넘어 수도로 진격하는데 이승만 대통령은 국군이 북진 중이니 국민은 마음 놓고 생업에 충실하라고 라디오 방송을 해 놓고는 그날밤 자신만 살겠다고 대전으로 도망가요. 더 안 좋았던 건, 자기가 건너가고 나서 한강 다리를 끊어버린 거에요.
그거 폭파시킨다고 피난민 몇 백명이 죽었어요. 한강 다리 위에서 피난민들은 울부짖고 있는데 대통령은 대전도 안심할 수 없어 아예 부산까지 가버리셨어요.
이 땅에서 일어난 전쟁 기록들을 따라가다 보면 이렇게, 무슨 말이 안 되는 일들 투성이에요.
특히 현대사로 가까이 올수록 점점 더 가관이에요. 너무나 있을 수가 없는 일들이 많았다 보니, 사람들은 일부러 이런 역사 속 사건들을 기억에서 지워버리려고 하는 것같아요.
임진왜란 정유재란 당시 민중의 영웅으로 떠올랐던 이순신을 시기했는지 공개적으로 비방하다가 파면까지 했던 선조는 얼마나 한심한 임금이었나요.
근데 그 아들인 광해군은 그래도 똑똑하고 괜챦은 인물이었어요. 피폐해진 조선을 살리기 위해 나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당시 국제 정세와 역학관계도 정확히 꿰뚫고 있었어요.
헌데 지금 이북에서 주체사상이 종교가 돼 있듯이, 당시 성리학(주자학)을 종교로 섬기고 있었던 유림 (사림)들이 명-청 등거리 외교를 펴는 광해군이 싫어서 쿠데타를 일으켜버리고 인조를 임금으로 앉혀요.
오랑캐의 나라인 청나라와 수교하면 안된다는 거죠. 우리는 중화사상을 충실히 따라 한족인 명나라를 섬겨야 한다는 거에요. 그 결과 정유재란 끝난지 40년밖에 안 지난 조선은 이번엔 병자호란. 후금 (청나라)에 무참히 짓밟혀요.
무슨 이건 막장도 아니고 그냥 다 미친 거에요. ....
영화 최종 병기 활을 보면 압록강을 건너 후금(만주)으로 목에 개줄 엮어서 끌려가는 사람들 (따지면 우리들의 고조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임)이 그려지고 있는데요.
청나라는 조선을 완전히 쑥대밭으로 만든 후 피폐해진 조선에 보물이나 가져갈 것들이 없자 여자들을 마구 잡아가요.
타향에서 노예처럼 비참하게 살다 고향으로 돌아온 조선의 여인들은 자신들의 남편, 부모, 이웃들로부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란 소리를 듣긴 커녕, '화냥년'이란 소릴 듣고 천대받아요.
화냥년이란, 환향 (고향에 돌아오다). 즉 타향에서 몸이 더럽혀진 여자들. 이란 뜻이에요. 늬덜이 무슨 낯짝으로 여길 돌아왔느냐. 꺼지라는 거죠.
이게 우리 역사에요. 이후 똑같은 일 또 일어납니다.
일제가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고 조선에서 종군 위안부를 무자비하게 잡아갔었는데 이분들이 아직도 생존해서 그때 일을 얘기해요.
전쟁이 끝나고 천신만고 끝에 집으로 돌아오자 이웃들이 "더럽다"며 피하고 외면했다는 거죠.
위안부 문제 2차 대전 종전 70년이 된 지금도 아직도 청산 안 됐어요.
한 마디 말로 표현해서 그냥 막장 역사에요.
정말로, 지금은 그렇지 않기를 바래요.
지금 대한민국은, 죽으면 죽었지 어떤 경우라도 자기 딸과 이웃을 다른 나라에 뺏기고 강탈당하지 않기를.
지금 대한민국의 권력자들, 높으신 분들은 나라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고 싸우실 분들이기를.
지금 대한민국의 힘 센 분들은, 전쟁이 나면 자기 자식들을 해외로 도피시키는 게 아니라 도리어 불러들여서 "나라를 위해 죽는 게 사내다" 라고 말하며 전선에 보내는 분들이기를.
권력이 있는 분들은, 돈 없고 힘 없는 서민들 총알받이로 내세워서 전쟁이란 걸 정치 게임처럼 이용해서 자기 권력만 더 확실하게 다지려는 욕심같은 거 꿈에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분들이기를.
전쟁이 일어났다는 소리에 마트로 온 국민이 달려가서 물자를 사재기하고 나중에 그걸 비싸게 파는 사람이 나오고
전쟁을 피한다고 입대는 커녕 외국으로 도망나가기 위해 공항에 길게 줄을 서서 천막 치고 어떻게든 이 나라 뜨려고 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가 되는 모습 부디 보지 않길....
정말로 정말로 간절히 빌어요.
아울러 지금 "전쟁을 불사해라. 이북을 불바다로 만들어라" 라고 소리 지르는 사람들한테 좀 묻고 싶어요.
당신은 자기 부인과 어머니와 딸을 위해서, 바주카포와 생화학 무기와 전차 앞에 서서 목숨을 걸고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느냐고요. 국가를 위해 명예롭게 팔과 다리가 없어져도 괜챦으냐고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전쟁을 불사해라." 라는 선동적인 구호는 외치지 말았으면 하고 정중히 부탁하고 싶습니다.
저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전쟁만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서,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 못하는 분들한테는 굉장히 거슬리는 글이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허나 늘 반복되어 온 어이가 없는 우리 한반도의 전쟁과 근현대사, 그리고 또다시 덮여 오는 긴장과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 그 와중에, 지나간 역사를 회고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얘기가 좀 길었네요.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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