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나라가 요즘, 정말로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같습니다.
OECD 통계 자살률이 인구 10만명당 29.1명으로 한국이 2위 나라 헝가리 (19.4명)을 아주 멀찌감치 따돌리고 1위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네요.
기사를 보니 맘이 많이 아프네요.
왜 우리나라가 저런 영예롭지 못한 1위 자리를 얻었을까요.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희망을 주지 못하는 사회라는 뜻입니다.
기사를 보고서 한참 생각했는데요.
제 생각엔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게 문제였던 것같애요.
2차 세계전쟁 후 냉전이 시작되자
소비에트 연합과 경쟁이 붙은 서방 세계 특히 미국은 잿더미가 된 남한 땅에 거의 무한정한 경제적 지원에 나서게 되는데요.
이것이 결국 남한에 있어 서방 세계로 소비재를 수출하는 전국적인 산업화로 연결되면서 소위 '한강의 기적'이 시작된 것이고, 이로 인해 남한 사회는 그 이전까지 누리지 못했던 경제적 특수를 누리게 됩니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문제는 사람들의 마음이었어요.
아침에 눈 뜨면 새 건물 새 빌딩이 들어차는 시대적인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물질만이 축복이고 돈만이 행복이라는 생각에 푹 젖어버린 것같애요.
'돈을 많이 버세요"란 말이 덕담이 되고, 인간관계는 오로지 경제적인 풍족도로 세분화되기 시작하고,
여성들은 빚을 내서라도 몇 백만원에서 몇 천만원에 달하는 수입 핸드백을 사서 들고 다니려 하고, 남자들은 억대가 넘어가는 수입 승용차를 구입하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습니다. 그게 자신들의 신분, 서열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죠.
젊은이들에게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 라는 말은 어떤 회사에 취직해서 얼마나 버느냐라는 말과 똑같습니다.
이런 문화에서 살아가는 우리 젊은이들은, 침체된 경기 탓에 직장을 구하기도 힘든데 "너 백수냐? 어떻게 먹고 살 꺼냐?" 라고 말하는 듯한 시선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조선시대 성리학적 유교적 가치관은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학문을 철저히 배척하면서 정신세계만을 강조한 데서 그 폐해가 많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식민지 시대와 전쟁을 거치면서 너무 심하게 그 반대방향으로, 물질 우선 사회로 와버렸어요.
저는 조선시대의 성리학 (주자학)을 싫어하지만, 어떻게 그 오랫동안 이 나라를 지배해 왔던 정신세계가 그토록 짧은 시간동안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을까요?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건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람들, 즉 돈을 마구 쓸 수 있는 사람들을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부러움과 질시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결국 이와 같이 모든 것을 서열화하고 '뒤떨어지면 비참해진다'라는 사회적인 공통 분모가 된 생각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과 조바심을 만들었고
이제 경제 성장이 꺾이고 심각한 불황에 직면하자 우리 국민들은 그 어떤 나라보다도 더 많은 자살이 일어나게 된 게 아닐까? 라고 생각됩니다.
다른 나라 얘기를 잠깐 해 볼까요.
1789년 프랑스에서 시민혁명이 일어나고 귀족과 평민을 나누는 신분제, 봉건제가 타파되는 와중 프랑스는 내부적으로 극심한 혼란에 휘말려 있었고,
이때 유럽 곳곳의 전쟁에서 승리한 전쟁 천재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프랑스의 권력을 거머쥐게 됩니다.
비록 제한적인 선거였지만, 시민 혁명을 일으키고 황제를 궁전에서 끌어내 단두대에 처형시켰던 바로 그 프랑스 시민들이 나폴레옹을 선거를 통해 황제로 옹립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납니다.
역사란 너무 여러 가지로 다면적인 모습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를 어떻게 볼 것이냐 하는 문제는 복잡하지만, 어쨌든
나폴레옹은 시민혁명 이후의 프랑스 시민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었던 '영웅'임에 틀림이 없었지요.
그리고 나폴레옹으로 인해 능력 있는 평민들이 높은 자리에 등용되고 귀족이 평민에게 지휘를 받는 일도 일어나게 됩니다. 유럽의 봉건제 타파와 능력에 따른 기회균등 사상,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법 이념은 나폴레옹에 없었으면 세상에 퍼지지 못했을 겁니다.
혹자는 나폴레옹은 비현실적인 몽상가였고 권력욕에 공화정을 버렸으며,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전쟁광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시민 혁명 이후 열강들의 각축장이 되어 있던 긴박한 국내외 정세 속에서 프랑스 본토도 아닌 외곽의 '이방인' 출신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도 역시, 왕당파와 귀족들, 그리고 언제 등을 돌릴지 모르는 민중들 그 사이에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을 뿐입니다.
히틀러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지워진 엄청난 전쟁 부채 때문에 국민들을 현혹해서 전쟁을 일으켰고 끔찍한 결과를 낳았지만, 나폴레옹은 영웅으로 불릴 인물임에 틀림 없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지금이, 당파와 국적을 초월해서 누구에게나 영웅으로 칭송받을 인물이 그리워지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제가 광복절을 전후해서, 어떤 버스 안에서 중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들이 '안중근'이라는 이름으로 3행시를 지으면서 히히덕 거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요.
안중근 의사라면 민족의 영웅이라고 불리는 것이 맞는 분인데.....
지금 커나가고 있는 아이들은 안중근 의사를 비웃는 내용의 삼행시를 지으면서 빵터진다며 손뼉 치고 웃고 있어요.
아이들 때부터 '영웅'이란 존재를 존경하고 따르라는 교육이 이루어지질 않고 있고, 오로지 교육이라 하는 게 지독한 경쟁 속에 1등 2등이 되어라. 라고 다그치는 일방통행적인 서열화 주입 교육만을 하고 있는 이 나라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저러고 있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대체 그 '서열화' 에서 1,2등이 못 되는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1000명이 경쟁을 한다면 900등 999등을 하는 아이들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딸일텐데, 그 아이들의 인생은 중요하지 않은 걸까요.
오늘은 한 뉴스 기사를 보고 나서 너무 답답한 심정에 글을 끄적여 보았습니다.
1만명당 3명꼴로 자살하고 있는 나라 대한민국. 이 나라는, 더이상 살 가치도 희망도 없는 곳일까요?
사람들이 희망을 볼 수 있도록, 비록 경제가 어렵다 하더라도 이 나라에서 산다는 게 살만한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인물은, 결국 나타나지 않는 걸까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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