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경우에 보형물을 제거하는가?
여기엔 여러 경우가 있을 수 있으나, 대표적인 경우, 가장 흔한 경우부터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뚜렷한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 (구축, 파열 등)
둘째. 위치의 이상 (malposition) ; 합유증, 밑빠짐 등이 해당
셋째, 부작용 없이 주관적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 (탈모, 성욕 감퇴, 피로감, 등등)
넷째, BI ALCL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 확진된 경우
기타
근래 들어 보형물 제거 수술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데는 2019년의 BI ALCL 사태가 가장 큰 분깃점이 되었습니다. 보형물이 최소한 몸에 별 피해를 초래하진 않겠지, 라는 대중적인 믿음에 반해 앨러간 텍스쳐 보형물에 대하여 피막에 악성 종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보형물 제거 수술을 알아 보려 하시는 분들이 급격히 증가하였습니다.
그리고 작년 가을 언론사의 보도로 촉발된 벨라젤 보형물의 사태 직후로도 문의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앨러간이나 벨라젤 사태 둘 다, 실제로 부작용을 겪음으로 인해 제거를 하는 게 아니라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심리적 불안감, 공포감때문에 제거를 원하시는 경우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일단 보형물 제거 수술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피막을 어떻게 하느냐입니다.
피막은 왜 제거해야 하는 것일까요?
물론 모든 경우에 피막을 다 완벽히 제거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피막을 제거하는 이유는 보통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해부학적 사강 (dead space)의 생성을 예방하기 위해. ; 보형물이 빠져 나가고 피막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 그 남은 방은 들러붙질 않고 떨어진 상태로 계속 갈 우려가 있습니다. 이러면 그 방 속안으로 물이 차들어간다거나, 그럴 수가 있습니다.
둘째, 추후 다른 수술을 하게 될 시 옛 피막이 방해가 될 수 있음. ; 만약 보형물 제거를 했는데 몇 년 후에 변심을 하여 다시 보형물을 넣으려 한다면, 그때는 옛 피막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새 보형물을 넣는 것은 매우 좋지 않으므로 그때 가서 피막을 제거해야 하는데 이건 수술이 몇 배로 힘들어집니다.
셋째, ALCL 환자들의 경우. 피막 제거 수술이 필요함
넷째. Sliding 현상을 억제, 유착의 유도 ; 피막은 매끈한 조직이므로 미끌미끌하여서, 살과 살이 서로 sliding하게 됩니다. 이러면 가슴이 흔들리는 느낌도 이상하고 이물감도 많이 느낄 수 있지요. 따라서 피막을 벗겨서 원래 살끼리 근접하도록 해야 살끼리 비로소 들러붙게 됩니다.
그럼, 피막을 제거하는 작업은 얼마나 순조로운 일일까요?
그건 보형물이 원래 어느 plane, 어느 공간에 있었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근육 위에 있던 보형물에선 피막 제거가 무난합니다. 대부분 100% 제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근육하에 있는 보형물이었을 경우, 피막 제거는 그렇게 쉽지 않지요. 주로 뼈에 달라붙어 있는 아랫쪽 판이 잘 떼어지질 않아요. 툭하면 찢어지니까 이걸 다 벗겨내려면 엄청나게 강도높은 수술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런 와중에 뼈를 긁어내듯 해야 하고 늑골과 늑골 사이에 있는 늑간근육에 붙어 있는 피막을 발라내려면 근육에서 출혈이 시작되지요. 문제는 그 밑에가 심장과 폐가 들어 있는 흉곽 내라는 거죠....
따라서, 환자에게 위험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수술을 해내는 것이 원칙이니, 근육하 피막에서 특히 아랫쪽 판은 일부만 제거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이렇게 했을 시 전체 피막에서 제거되는 양을 생각해 보면 대체로 50~80%정도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어느 위치에 있든 절개는 일반적으로 유륜 혹은 밑선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보형물 위치한 평면이 근육 위냐 아래냐에 따라 피막을 제거하는 영역을 좀 다르게 목표를 잡도록 합니다. 근육 위에 있는 보형물의 경우 될 수 있으면 100% 피막 제거를 시도하돼, 유착형 보형물 (BI ALCL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이면 더더욱 그렇고, 유착되지 않는 보형물에선 ALCL의 가능성이 사실상 없고, 피막이 너무 얇으면 싹 다 벗겨내겠다고 하다가 환자의 정상 조직을 벗겨내는 가능성이 높아지죠... 따라서 살이 너무 얇을 경우는 피막 부분 제거로만 가자는 것입니다.
근육 밑 평면에 있는 보형물의 경우 100% 제거가 사실상 어려운데, BI ALCL이 확진된 환자라면 그런 거 따질 게 아니죠. 이때에는 흉터가 고려사항이 안 됩니다. 최대한 넓게 열어서 (거의 10cm 이상을 열어야 합니다.) 시간이 아무리 걸리더라도 피막을 남김 없이 (정상 조직의 손상을 불사하고) 싹 다 걷어내야 하겠죠. 그런데 ALCL이 아니며 그럴 가능성조차 낮다면 굳이 심한 흉터를 남기면서 그 난리를 할 이유가 없지요. 피막 부분 제거만 하는 것으로 목표를 잡는 것입니다.
이런 전체 과정을 flow sheet로 만들어 보면 이렇습니다.
다음으론 제거 수술 후에 환자분들이 애니메이션이 남아 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여기에 대한 설명을 해야 될 것같습니다. 보형물이 대흉근 아래에 위치하려면 대흉근을 바닥에서 들어줘야 하는데, 그 과정이 설명하자면 그림과 같습니다.
위 그림이 근육하 위치와 이중평면의 차이점을 설명한 것인데 보형물이 근육하로 들어갈 때는 대흉근이 바닥에 붙어 있는 곳을 떼서 들어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고, 이중평면을 할 때는 그걸로 끝내는 게 아니라 대흉근 윗쪽도 박리해서 위로 올라가는 겁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이중평면을 함으로써 유방의 고유한 조직이 아랫쪽으로 내려오도록 해, 처진 가슴 등에서 가슴 모양이 이상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인데요... (바로 이 부분에 대해 오해가 많습니다.)
즉 오해하지 말아야 하는 점은 이중평면 수술이 대흉근을 중간에서 가위로 쭉 잘라서 근육을 못 쓰게 만들어 놓는 게 아니라, 보형물을 밀어넣기 위해서 근육 끄트머리를 바닥에서 들어준 후 유방 조직이 보형물 위치와 맞아떨어지도록 내려가게끔 도와주는 작업을 하는 게 요점이란 것입니다.
그래서 이상태에서 보형물 제거를 하면 어찌되느냐, 피막이 그대로 있다면 남아 있는 대흉근이 바닥에 들러붙질 않고 떨어져 있죠... 피막이란 매끈한 조직이기 때문에 서로 유착이 안되어서 양쪽 면이 마찰 없이 그대로 sliding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서로 미끌미끌하게 미끄러지는 상황이면 힘을 딱 줄 때마다 대흉근의 아랫쪽 끄트머리가 올라가는 게 눈에 보인다는 것이죠...
이러한 sliding 작용 외에도 대흉근 하연 근막이 옛 밑주름선과 연결되는 fiber network이 살아 있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어쨌든 보형물 제거시 피막을 그대로 놔두면 이렇게 애니메이션, 정확히는 대흉근 하연의 움직임이 눈에 보여서 신경이 쓰이는 일이 반복되기 십상입니다.
이것이 보형물 제거시에 될 수 있으면 항상 피막을 좀 부분적으로라도 제거하는 게 좋겠다고 제가 말씀드리는 이유가 되겠습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다음 글에서 이어서 포스팅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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