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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사도 후기

    추석 연휴들 잘 보내셨는지 모르겠네요.

    연휴동안 송강호 유아인의 '사도'를 보고 왔는데, 오늘은 이 영화 후기를 한번 써보겠습니다.

     

    영조와 사도세자. 아버지가 아들을 죽인 이 비극에 얽힌 이야기는 

    워낙에 충격적이고 엽기적인 사건이었기에 지금 현재까지도 수많은 드라마/영화로 끊임없이 다시 만들어지고 있는 것같습니다. 

    2015년 이준익 감독의 '사도'는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극은 역사가 그 소재이기 때문에, 결과가 뼌히 정해져 있고, 모두가 그것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스포일러가 이미 널리 퍼져 있고 

    그게 과연 영화로서의 재미가 있을지, 누구라도 의문스러워할 만하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만들어진 사극은 창작된 현대극보다도 더 심금을 울리곤 합니다. 

    비록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과거에 벌어진 일, 그 과정에 관객이 그대로 들어가서 체험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데 사극의 묘미가 있는 것같습니다.

     


    즉  '사건의 재구성' 을 찬찬히 해보는 그 와중에 상상력을 발휘해 창작적인 장면들을 만들어 넣고 이 일은 이렇게 해서 이렇게 된 것이다. 라는 전체적인 틀을 이야기해 나가는 방식으로 영화가 만들어지는데

    그래서 사극은 의외로 뻔하지 않고 긴장하게 하고 몰입시킵니다. 

     

    그 어떤 픽션에서도 아버지가 아들을 뒤주에 넣어서 죽이는 엽기적인 사건을 생각해내지 못할 겁니다. 

    사도세자의 사망은 현실이 더 픽션같은 바로 그런 사건의 현장이었죠.


     

    영화는 사림에 의해 추대된 경조의 동생 영조의 왕위 컴플렉스,  영조라는 왕의 사람됨, 노론/소론간 치열한 당쟁의 현실, 불안정함을 끊임없이 드러내는 18세기 초중반 조선 왕실, 거기에서 형성되는 왕과 세자의 관계, 차기 왕권 계승 내정자인 세자의 인격의 변천 과정, 갈등의 심화와 후에 정조 임금이 되는 세손의 모습을 그리기까지


    수많은 복잡한 사슬과 이야기의 매듭들을 다소 무겁고 진지하게 그려 나갔습니다. 이때문에 젊은 관객들은 영화 '사도'는 오락적인 재미가 떨어진다. 라는 반응들을 보이곤 한 것같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여성과 중장년층을 대상으로는 훨씬 좋은 반응을 얻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야기의 핵심을 부모의 기대 - 그에 부응하지 못하는 자식 - 의외로 기대 이상인 손주 - 처첩간의 갈등. 이렇게 결국 가정사에 줌인/포커스를 맞췄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이 비극 영화를 보면서 저는 영조 - 사도 세자 - 정조  이 세 명의 핵심 등장인물들 중 사실은 누구에게도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영조는 조선 중후기 숙종대 이후 완전체로 성장해 있던 사림 - 당쟁의 한가운데에서 왕권을 강화하기는 커녕 그 파벌싸움의 진흙탕 한가운데에서 균형을 잡고 실족하지 않으려 애를 쓸 수밖에 없던 임금이었고


    호방한 성격을 가진 사도세자는 이런 숨막히는 파벌싸움의 그 틈바구니에서 도저히 버텨나가지 못하는 왕자로 그러졌죠. 



    세손 즉 정조는 조선 왕조를 통틀어 최고의 성군으로 추앙받아 마땅한 분으로서 당쟁, 파벌이 판을 치는 와중에서도 조금도 굽히지 않고 군주로서 백성에 직접 맞닿는 정치를 추구한 바 있는데 


    극중 세손은 어린 나이때부터 남달리 영특하면서 확고한 자기 주장을 가진 인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현재 상황이 왕실에 있어 숨쉬기조차 힘든 상황이라 하여도 자기 아들을 이렇듯 엽기적인 방법으로 죽인다는 것은 도저히 공감이 갈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이런 사건을 재구성한 이준익의 사도는 훌륭한 연출과 송강호, 유아인, 김해숙, 문근영 등 걸출한 연기자들의 빼어난 연기를 통해 그것을 면면히 서술하면서 '이렇게 해서 이럴 수밖에 없었다.' 라고 웅변하려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영화를 보고 일어나면서도 역시 1762년의 사도세자 사건은 이해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고 결론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뒤주 안에서 숨진 사도세자의 시신을 만지면서 영조가 눈물을 흘리며 '왕과 세자가 아니었다면 우리에게 이런 일이 있었겠느냐' 라고 읊조리는 장면은 눈물샘을 자극하기보다는 더욱 영문을 모르게 할 뿐이었습니다. 



    영조는 왕위 명분에 대한 지독한 컴플렉스, 사대부들의 파당과 그에 따른 견제, 이런 와중에 마음이 좁아지고 결국 아주 이상한 인격을 가지게 된 사람이었다고 밖에 평가할 수가 없습니다. 


    사도 세자가 당시 왕실의 상황에 적응을 못했다라고 하기보다는, 영조라는 왕이 사대부들의 평가와 눈총에 너무나 심하게 휘둘렸기 때문에 사도세자 사건이 일어난 것이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이 영화는 공을 들였고 상당히 잘 만들어졌지만, 그럼에도 뒤주 속에 아들을 가둬서 고통스럽게 죽인 아버지의 실화 사건을 설득력있게 설명해 주기에는 여전히 어려워 보입니다. 


    오늘은 이준익 감독의 영화 사도 에 대한 후기였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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